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쥐어 주지만 유해한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지요. 아이폰에서는 그러한 마음을 반영한 기능이 스크린타임입니다. 일정시간을 정해 두고 초과되는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게임 등 특정한 앱을 선정하여 사용시간을 제어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 유용하게 잘 사용해 왔습니다(고삐를 풀어 버리면 하루 중 절반 가까이를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보신다면 아이들의 절제력은 성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정리#2.1 아이의 불만
아이는 고학년이 되어 갈수록 아이폰 스크린타임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갑니다. 친구들은 원하는 게임도 마음껏하고, 깔고 싶은 앱도 마음대로 설치하는데, 아이는 부모에게 요청을 보내고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요. 결정적인 에피소드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00앱을 깔고 수업을 진행할 때도 있었는데요. 다른 아이들은 다 깔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이는 부모의 승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많이 답답했을 것입니다. 하여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아이를 믿고 앱 설치 정도는 풀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이상한 앱을 설치하여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니 해주기로 했지요. 다만 하도 오래전에 설정해서 인지 어디서 해제해야 하는지 한참을 헤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기능은 스크린 타임에는 없더군요.
정리#2.2 환경설정 가족 공유에서 구입요청
아이폰에서 한참을 찾아 해매다 포기하고 맥을 켭니다. 아래 그림처럼 환경설정에 들어가니 가족 공유 아이콘이 눈에 들어와 눌러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제일 아래쪽에 있습니다. 제일 아래에 있는 구입 요청을 누르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오랜 세월 찾아 헤맨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위 그림처럼 체크를 해제하고 아이에게 앱을 깔아 보라고 합니다. 더 이상 부모에게 요청을 보내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대화상자는 나오지 않습니다. 작은 아이폰 화면에서는 이 설정이 왜 이렇게나 안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화면은 시간이 갈수록 큰 화면이 좋네요.
정리#2.3 결제도 지맘 데로
구입 요청 기능을 풀어주고난 후 어느 날 갑자기 문자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해킹인가?? 하지도 않은 인증문자가 연거푸 2번이나 날라 옵니다. 놀란 가슴으로 카카오페이에 문의도 넣었습니다(답변은 '애플에 물어보아라'였습니다).
불안 불안하고 있던 중 아이에게 문자가 옵니다(이것도 신종 사기인가 잠시 고민합니다). 기다려 보니 아이가 본인 통장으로 자동이체 시켜 두었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통장 잔고가 없어 정지되었다가, 용돈을 받고 다시 살리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가족공유에 별 생각 없이 결재 수단도 공유해 놓은 터라 Ted의 카카오페이로 인증 시도가 돼버린 것이지요. 물론 앞으로 아이가 엄한 곳에 결제하지는 않겠지만 이것도 연동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 말고도 이제는 불쑥 다 자라 버린 아이와 연결시켜 두었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해제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많아진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