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식 없이 책 제목과 디자인만 보고 골라 읽었습니다. 서가에서 골라낼 때에 『시원의 책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일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다 읽고 난 후에는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현상을 다루는 판타지 성격에 '상실'에 대한 주제를 심도 깊게 접목시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대와는 영 다른 양상의 소설이었지만 두 권을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문체가 인상 깊었습니다(청소년 소설이기에 유독 읽기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리#24.1. '상실'을 대하는 방법
'상실'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텐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상실'은 극단적입니다. 극단적이기에 저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지요. 프로즌 파이어는 저마다 다른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면밀하게 엮은 소설입니다. 소설 속 배경도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니 눈과 추위 때문에 상실에 대한 아픔이 저절로 배가되게 만듭니다. 주인공인 더스티가 당면한 오빠에 대한 상실이 주 골격이나 가지가 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상실은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경우의 수를 보여 줍니다(부부, 자식, 형제, 친구 등).
정리#24.2. 다부진 소녀
주인공 더스티는 건장한 남성들과 럭비경기를 수월하게 할 정도의 수준으로 묘사가 되니 일반적인 소설 속의 주인공 소녀와는 다른 꽤나 다부진 소녀로 느껴집니다. 문득 미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등장하는 타스의 브리엔느(Brienne of Tarth)가 떠오릅니다(물론 브리엔느 보다는 나이가 더 어리지요). 행동이 직설적이며, 위험이 느껴져도 궁금증은 혼자 풀어가려고 애를 쓰는 성향이면서 풍부한 여성적인 감수성으로 소설 전반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냅니다. 빛 속의 하얀 눈만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은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정리#24.3. 더플코트의 소년(?)
작가는 이야기의 말미에 소년의 옷이 다 벗겨지기 전까지 독자로 하여금 소년(?)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게다가 다 읽고 나서도 소년(?)의 존재를 글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여운으로 남겨도 좋지만 불친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더 구체적인 작가의 상상력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으로 추측해 보건대, 영국 북부에는 '상실'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혼령이 있다고 하고 싶습니다. 무엇인가 더 깊이 있는 스토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24.4. 인간의 이면성
더스티의 오빠인 조시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속내를 알 수 없었던 학생입니다. 더스티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우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었던 다정한 오빠였기에 실종이라는 그 상실의 폭은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야기의 끝에서 조쉬 오빠가 살아 있기를 알게 모르게 바라면서 글을 읽어나가게 하더군요. 하지만 작가는 조금 더 깊게 인간의 이면성을 드러내게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조쉬는 더스티에게 사랑스러운 오빠였지만, 새로운 친구인 안젤리카에게는 흉악한 성폭행범이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성폭행에 대한 사죄(?)로 조쉬가 택한 길은 유서하나 없는 죽음이었기에 더욱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모든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더스티는 이 진실의 무게를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그랬기에 홀로 산속에서 헤매다 쓰러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읽은 후 소개 글을 들춰보니 청소년 소설이라는 소개글이 있었는데요. 청소년기의 Ted는 이러한 깊이의 글이 읽혀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물론 지금도 작가가 의도한 깊이를 다 이해한 것에는 주관적인 이해도일뿐이지요). 쉬운 문장이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좋아하는 표현인지 번역의 단조로움인지 더스티식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고 느꼈습니다. 대략 5번 정도 나온 것 같습니다.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P.S. 더플 코트(duffle coat)에 대한 ChatGPT의 답변을 첨부합니다. (맞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떡볶이 코트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더플 코트"의 유래 및 역사
- 기원: 더플 코트는 19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했으며, 원래는 영국 해군에서 사용한 코트였습니다. 이 코트는 벨기에 더펠 마을에서 생산된 두꺼운 울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이 소재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한 효과가 우수해 해상에서의 혹독한 환경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 디자인 특징: 더플 코트의 대표적인 특징은 후드와 토글 버튼(나무나 뿔로 만든 버튼)입니다. 이 토글 버튼은 장갑을 낀 채로도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후드는 악천후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사용의 확산: 더플 코트는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영국 해군뿐만 아니라 여러 군대에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영국의 필립 마운트배튼 왕자(후에 에든버러 공작)가 군복으로 입었던 것으로 유명해지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졌습니다.
- 현대의 더플 코트: 전쟁 이후, 더플 코트는 군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코트는 방한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클래식한 의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더플 코트"는 벨기에 더펠 마을에서 생산된 울 소재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독특한 디자인과 내구성 덕분에 영국 해군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코트입니다. 따라서 더플 코트와 더플백 모두 그 기원이 더펠이라는 지역과 그곳에서 생산된 두꺼운 울 직물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