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32.9. 소크라테스식 방법론
소크라테스식 방법론을 빌려다가 쓰면 자기 자신을 심문하면서 스스로를 정직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머리로 생각만 하기보다는 종이에 직접 쓰기를 권한다. (중략) 실제로는 그러지 않고도 머릿속으로 어떤 질문에 대답했다고 자기 자신을 속이기가 너무도 쉽기 때문이다. 종이에 글을 쓰는 행위는 사소하고 단순하지만, 이 행위가 큰 차이를 만든다. 소크라테스식 방법론은 오신자와 대화를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오신자의 가설을 단순히 반박하거나 부정하기보다는 가능한 대안 가설로는 무엇이 있을지, 또 반증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질문하게는 게 좋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 정직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또 하나의 유용한 방법이 있다. 중립적인 제3자도 똑같은 결론을 내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가 나와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심지어 해당 주제에 대해 반대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는 뭐라고 말할까? 그는 내가 세운 가설을 어떤 식으로 반박할까?"
종이에 글을 쓰는 것 보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데 더 익숙합니다. 아이들은 곧 그냥 말로 하면 받아써지는 것에 더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소수이지만 벌써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대로 알아듣고 써주는 것은 아니니 일단 불러주고 추가적으로 수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작성한 내용을 한 번 더 검증하는 것이지요. 방법은 다르나 머릿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소크라테스식 방법론은 동일하니 신기합니다.
정리#32.10. 정찰병 사고방식(scout mindset)
합리적 사고 전문가인 줄리아 갈렙(Julia Galef)은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를 '전투병 사고방식(soldier mindset)'이라고 말한다. (중략) 자기의 가치관이 공격을 받아서 위험해지면 방어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 대신에 '정찰병 사고방식(scout mindset)'을 가져야 한다고 갈렙은 제안하다. (중략) 정찰병은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엉뚱하게도 이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인정해 주는 자격증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자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FPS 게임 중에서 저격수보다는 돌격형의 전투병이 더 조작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실까요? 그런 말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저격수처럼 멀리서 잘 들여다 보고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에 관심을 둘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좁디좁은 스코프 속 렌즈를 핵심지역에 잘 들이대는 능력을 숙달해야 합니다. 또 한 번 엉뚱하게도 스타크래프트의 '스카우터'가 생각나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정리#32.11. 해결책 회피 접근법
오신자에게는 대체 서사를 제시하는 접근법이 훨씬 더 낫다. "당신이 방금 말한 X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Y"는 사실이다. 이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있다."라고 말하라. X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마라.
(중략)
양측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둘 다 '바로 그 문제'에 전념하고 있으며 또 문제를 완화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조하고 확인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라는 말이다. 훨씬 더 나은 접근법이 있는데, 바로 양측 모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해결책을 제안하며 대화를 시작하고, 실천할 수 있고 효과가 있는 해결책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후에 비로소 해당 문제의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양측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서도 위와 같은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얼마나 거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궁금한 대목이었습니다.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적 협상 자리에서나 어울릴 법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실시간으로,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이런 접근법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이런 대화를 해보지 않은 TED에게 너무 낯선 방법이라 남겨 두기로 하였습니다. 상황이 제시된 더욱 구체화된 예시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정리#32.12.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한다. 이 개념은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그 지식에 대한 그 사람의 신뢰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다는 관찰내용을 토대로 한다.
(중략)
더닝-크루거 효과는 18세기의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가 "얕은 지식은 위험하다(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고 썼던 내용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해준다. 그런데 사람들은 포프의 이런 경고가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기는 "얕은 지식"보다는 조금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과연 우리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정말 알고 있을까?
입버릇처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이게 고급 용어로 더닝-크루거 효과 이군요. 공부하기는 정말 싫은데 이럴 때면 공부의 중요성에 다시 무릎을 꿇는 편입니다.
정리#32.13. 잘 모름
더 우려할 만한 사실이 있다. 어떤 사건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소셜미디어에서 허위 콘텐츠를 공유하는 경향이 높았다. 즉 무지한 사람일수록 뉴스 내용의 진위를 판단할 때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고, 가짜뉴스에 쉽게 넘어가며, 또 이런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퍼트린다.
아침마다 단체방에서 어디선가 받았거나, 올라와 있는 글을 복붙 또는 전달하여 실어 나르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인지 다들 고맙다고 하고 도움이 되었다고 할 때도 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내용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이 더러 눈에 보입니다. 이런 것으로 자신이 과시되는 쾌감을 느끼는 분에게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퍼 나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매체에 다 나오고 특히 요즘은 유○브나 인별이나 기타 등등에서 너무 많이 나오거든요.
정리#32.14. 성격에 담긴 암호
어떤 사람의 성격이 X 혹은 Y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그 성격이 다양한 상황에서 그의 일반적인 행동을 형성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곤 한다. 관대한 사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대할 것이고, 창의적인 사람은 무슨 활동을 하든 창의적일 것이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어디 가서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성격은 도도하게 흐르는 강 가운데서도 그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작은 흐름과 같은 것일 뿐이다. (중략) 익스트림스포츠 선수들은 분명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스포츠 활동을 했다. (중략)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이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략) 이 질문에 대해서 내가 찾은 대답은 '아니요'였다. 다른 영역에서는 그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게 평범한 수준의 위험만 감수했다. 비록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스포츠 활동 이외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딱 한가지 성향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존재임이 틀림없습니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과격해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이 그가 속한 환경 요소일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과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것처럼 말이죠. 평상시부터 사람의 성격은 '열길 물속'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함을 잊으면 곤란해집니다.
정리#32.15. 특별한 조각
거짓 회상과 거짓 인식의 비율은 외계인 피랍자 집단에서 훨씬 더 높았다. (중략) 다르게 말하면, 자기가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다는 말이다. 퍼즐의 이 특별한 조각은, 꿈속의 온갖 이미지와 이상한 감각이 하나로 뒤섞인 수면 마비 상태를 경험하고 깨어난 사람은 거짓 요소가 포함된 경험을 (이 경험조차도 자기가 실제로 기억하고 경험한 것의 일부라고 느끼면서) 조작해 낼 수 있음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수했다면 이를 쉽게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실수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마음속으로는 실수했다는 것을 느꼈어도 주변을 의식한 나머지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 아이는 실수를 들키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뒤에는 크고 작은 다툼이나 갈등이 기다리고 있지요. 간혹 꿈속에서 보았던 것이 현실과 같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데자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깊고 깊은 마음속에서부터 '중심'을 잘 잡아야 특별한 조각에 휘둘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정리#32.16. 패 턴
인간은 패턴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이론이 아예 없는 것을 참지 못해서, 차라리 나쁜 이론이나 음모론이라도 찾는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
(중략) 어떤 사람은 특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사람보다 패턴성이 두드러진다. (중략)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가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서 "선한 사람은 아무런 신념이 없는데, 악한 사람은 열정적인 격정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했던 세상에서 살아가다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중략) 겸손과 확신을 양 끝으로 하는 믿음의 스펙트럼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는 지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중략)
"성공할 때까지 속여라"라는 옛말은 지적 겸손을 키우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대화할 때 당신이 하는 말에 특정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고 싶다", "내가 아는 한에는" 등과 같은 표현을 구사하라. 처음에는 당신도 이런 습관의 효용을 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또한 대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꿔서 상대방이 지적 겸손에 물들도록 할 수 있다.
생각의 틀과 대화는 열려 있어야 장점이 많아 보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아무리 발버둥 쳐 보아야 결국에는 원하지 않아도 바뀌게 되어있습니다). '매력'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사람의 생각과 대화에서 묻어나오는 '매력'이야말로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긍정의 매력'을 추앙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없다면 찾아야 하겠지요.
3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