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 이어서 마지막입니다.
정리#17.9. 제 2일차
새벽도착 일정은 게으른 패밀리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바로 객실로 돌아갔거든요. 안타깝지만 괌에서의 첫날부터 진 빠진 상태로 가이드님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습니다. 코스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도 한몫을 하였습니다. 가이드님이 조금 더 친절하게 기대감을 심어 주셨다면 움직였을 수도 있었지만 100$은 공항 호텔 왕복 차비(?)로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안 나가겠다고 말씀드리니 그제서야 비용을 말씀하시더군요. 여행사 패키지에 해당되지 않는 부분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왕복 차비와 2시간 동반 투어의 비용 치고는 적절한가?'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새벽도착 일정을 계획했다면, 2일차 오전은 여유롭게 호텔 주변이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호텔의 수영장을 가까운 곳에서 먼저 보고 싶기도 하였고, 해변으로 연결되어 있다니 내려가 보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투몬비치의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지만 눈에 담은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잔잔한 파도와 에메랄드(?) 빛의 해변은 여유로움과 탁 트인 시야를 보여주는데요. 되돌아보는 지금은 피부를 따갑게 했던 햇볕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고 눈에 가득히 담았던 해변만 떠오릅니다. 호텔에서 투몬비치 해변을 따라 얼마간 걷다가 웨스틴 리조트를 통과하여 도로로 나갔습니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니 ABC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강렬한 태양을 잠시 피할 겸 썬크림도 구매할 겸 괌에서만 구매 가능하다던 키티인형을 집어 들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아이의 걸음걸이가 좀 이상합니다. 신고 있던 크록스에 발 볼이 쓸렸더군요. 아파합니다. 물집이 잡히기 직전이었습니다. 계산하고 나가려다가 쪼리를 하나 신겨 봅니다. 아이가 미소를 짓더군요. 작은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발 크기가 거의 Ted랑 비슷함에 놀랍니다. '언제 이렇게 자라 버린 거지?!'. 괌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몰랐을 것 같습니다. 새신을 신기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해변으로 걸을 때에는 시간이 꽤 걸렸는데 도로 따라 인도로 걸으니 10분도 채 안 걸립니다.
차량 렌트는 미리 해야 합니다. 아침식사 후 알아보니 호텔 한켠에 한인이 운영하시는 해O 렌트카 부스가 있습니다. 당장 오늘은 차량이 없고, 내일 오전 10시부터 모레 20시까지 즉, 이틀을 예약하였습니다. 천상 오늘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점심 언저리에 호텔 로비에서 택시를 요청하니 금세 픽업하러 오시더군요. 방향을 돈키로 잡고 출발하였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이래저래 대화 나누다 도착하였습니다. 요금은 21불이 나왔습니다만 잔돈이 10불 단위로만 있으니 속으로 엄청 고민하다가 말이 길어질까 두려워 30불을 주며 킵더 체인지를 외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했습니다만, 그때는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를 받았기에 뭐라도 된 것 같았습니다(그녀가 얼마 냈냐고 물을 땐 몰라도 된다며 그냥 팁을 야악간 주었다며 넘어갔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또 불러 달라며 연락처를 적어 주었습니다.
점심은 돈키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는데요. 미리 웹으로 봐 두었던 올리브 가든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바로 찾을 수 있었지만 문 앞까지 갔다가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사진 상으로만 보고 너무 기대했었나 봅니다. 패밀리의 취향이 아니더군요. 이내 발걸음을 푸드코트 쪽으로 돌렸습니다. 실망감을 감추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푸드코트에 있는 쓰리스퀘어즈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습니다. 주문을 하면서 점원이 '밥을 빨강색으로 할래? 흰색으로 할래?'라고 물었는데요. Ted는 '뤠드 오얼 롸이트'라고 들리더군요. 뭔 소린가 하다가 '화이트'로 이해하고 답변은 했다만 콩글리쉬에 젖어있는 귀 탓에 얼굴이 좀 빨개졌었습니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돈키 내부를 돌아보았습니다. 종류도 많고 넓기도 넓었습니다. 자연스레 한국의 마트와 비교하게 되는데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식생활 등의 차이겠지요. 한참을 돌아본 후 몇 가지를 계산하고 다시 택시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비가 내렸는데요. 괌은 스콜성 소나기라고 자주 온다고 들었었는데 꽤 내리더군요. 마치 한국의 집중호우처럼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비가 내렸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쉬면서 저녁을 고민했습니다만 치킨 메니아의 아우성 탓인지 배달시키기로 합니다. 배달이 된다니 신기하기도 하구요. 카O으로 괌썬O치킨을 친구추가하여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메뉴 구성도 상당히 다양합니다. 그냥 치킨집이 아니라 치킨+야식집을 연상케 하더군요. 치킨에 더하여 떡볶이와 계란찜, 새우튀김을 추가하여 주문을 넣었습니다. 도착 전에 톡이 오구요. 톡 받고 캐쉬들고 호텔 로비로 나가 음식을 받았습니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계란찜을 먹으며 아이가 했던 말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음식점에서 먹었던 것 보다 여기 계란찜이 훨씬 맛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아이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 먹고 나면 치우는게 일이지요. 한국에서는 음식물, 플라스틱 등 분리수거가 일상인데요. 문의차 프론트에 전화하니 문 밖에 모아두면 치워주신다고 하더군요. 간편했습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정리#17.10. 제 3일차
2일차 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였습니다. 8시 조금 넘어서 조식 코너로 가보니 어제와는 달리 메뉴가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고정적인 메뉴가 대부분이나 약간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제는 소시지가 있었다면 오늘은 베이컨이 있는 식입니다. 여유롭게 바다를 보며 아침을 즐겼습니다. 창가 쪽이 좋아 보이나 창가 자리는 바다의 풍경 보다 창 옆의 흰색 바닥면이 더 많이 보인다고 느껴져 창가에서 한 칸 띄우고 자리 잡는 것이 바다풍경이 더 잘 보였습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으니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9시경이 되어 예약한 렌트카를 인수하였습니다. 미리 예약하지 않았기에 차종 선택의 폭이 없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요. '베뉴' 신차(?)를 주셨습니다. 누적거리가 3천 약간 넘는 깨끗한 차량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패밀리를 태우고 점찍어 두었던 에메랄드 벨리로 출발하였습니다. 괌에서의 운전 소감은 좋았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귀국하자마자 운전대를 잡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은 괌에서 운전하는 동안 짜증 섞인 '빵 빵' 거리는 경적 소리를 들어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 나오면서부터 인접한 차량들의 경적소리를 들으니 새삼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침의 에메랄드 벨리는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패밀리 말고 먼저 온 관광객은 2팀 정도였으나 우리가 들어서자 나가는 참이던군요. 단독으로 한참 동안 에메랄드 밸리를 만끽하고 나가려고 할 때나 되어서야 일본 관광객이 가이드와 함께 들어서는 것이 보였습니다. 돌이켜 보는 지금 에메랄드 밸리의 물 색상이 눈에만 남아 있습니다. 남겨 두었던 사진을 지금 다시 보아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지 않거든요. 주관적인 나름의 인생샷들을 남기고 점점 따가워지는 햇볕을 피해 베뉴에 다시 탑승합니다. 곧이어 점심때가 가까워짐을 느끼고 그녀가 예전에 한국에서 기억에 남겨두었던 웬디스로 향하였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리석었던 시절 웬디스 버거의 로고가 아련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괌에 웬디스 버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햄버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녀와 추억도 돋울 겸 점심을 웬디스 버거로 정하였습니다. 괌을 잘 아시는 분들은 차량 동선이 반대 방향이라고 느끼실 텐데요. 별 차이 없었습니다. 완전한 이 끝에서 저 끝이야 시간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드라이브를 만끽(?)하다 보면 어디든 도착하거든요. 안 되는 영어로 시끌벅적하게 주문을 하였는데요. 시간이 조금 걸려도 괜찮냐고 묻더군요. 줄 서는 것도 아니니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기다렸습니다. 주차장을 매운 차량들과 줄 서있는 분들을 보면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버거가 나오고 한 입 배어 물 때에 아이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여행을 마친 한국의 어느 날 맥도날드를 먹으면서 아이가 또 웬디스 버거가 먹고 싶다고 중얼거립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버거를 먹는 동안 밖에는 비가 잠시 내렸는데요. 현지인은 이게 스콜성 소나기가 아니라고 알려 줍니다. 한국의 소나기가 약간 오랜 시간 내렸습니다. 10초만 맞아도 옷이 완전히 젖을 정도의 강도로 내렸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여기도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코스는 세티 베이 전망대입니다. 꼭 가셔야 한다는 패밀리의 의견에 네비를 따라갔는데요. 먹구름이 가득하고 비가 오는 방향으로 가고 있더군요. 뒷좌석에 있는 패밀리가 도착해서도 먹구름과 비 때문에 원하는 풍경이 나오지 않을까 봐 한 걱정을 했습니다만, 다행히 세티 베이 전망대는 날씨가 좋았습니다!! 이 작은 섬의 기상이 이렇게 확연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따가운 햇살 탓인지 여기도 한적 했습니다. 저 멀리 청명하고 탁 트인 수평선 너머에 떠 있는 구름을 눈 안에 마음껏 담았습니다. 찍었던 사진을 보면 따가웠던 햇살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 봅니다.
기왕지사 남부로 내려왔으니 더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시동을 걸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해안선을 따라 야자수가 드문드문 서 있구요. 저 멀리 바다 건너편에 펼쳐진 능선은 마치 아무도 가보지 않은 낙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잠시 내려서 사진에 담기로 하고 정차하였습니다. 우마탁괌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먼저 사진 촬영 중인 한국 여성들도 보이고 우리 패밀리에 뒤이어 일본인 가족이 차에서 내리기도 합니다. 삼각대까지 펼치고 온 가족이 동시에 점프하면서 기념사진 촬영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녀는 하와이에도 있다는 꽃인 활짝 핀 플루메리아 알바에 푹 빠져서 즐거워합니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한데도 개의치 않더군요.
우마탁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여 ChatGPT에게 물어봤습니다.
"Humåtak"은 괌(Guam)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로, 영어로는 "Umatac"이라고도 불립니다. Humåtak이라는 이름은 챠모로어(Chamorro)로 "바위가 많은" 또는 "돌이 많은" 지역을 의미합니다. 이 마을은 괌의 남서쪽 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중요한 항구였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Humåtak은 마젤란의 세계 일주 항해 중에 잠시 정박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괌의 중요한 문화 및 역사적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마젤란이라는 이름만 보아도 역사적인 장소에 핀을 꽂았다는 성취감(?)이 생깁니다.
더 남부로 내려가려는데 카O이 울립니다. 내일 저녁으로 예약한 별빛투어에서 보내오시길 내일은 비 예보가 있으니 투어를 오늘로 당기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별빛투어는 하늘이 전부인데'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내일 예약자가 우리 밖에 없기에 합치려는 걸까?, 정말로 내일 기상이 안 좋으면 어쩌지?' 등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가 차를 돌려 숙소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융통성이 없는 일정도 아니고 4일차 낮에 돌핀투어에 이어서 별빛투어까지 하는 것이 저질체력인 패밀리에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별빛투어까지는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기에 숙소로 오다가 쇼핑도 할 겸 T갤러리아 옆에 있는 JP Superstore에 들렀습니다. 처음엔 T갤러리아에 차량을 주차하였는데요. 들어가려고 차에서 내려보니 직원 주차장이더군요. 차로 빙글빙글 돌다가 주차장을 못 찾아 프라자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게 되었는데요. 어차피 JP Superstore에 가려고 한 것이니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JP Superstore에서 그녀들은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반면에 나머지는 마음에 드는 토이도 없거니와 입맛에 맞아 보이는 초콜릿도 안보이기에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집어 들었습니다. 그녀는 여기에서 괌 분위기 나는 원피스를 고르게 하였습니다. 별빛투어 할 때에 입을 옷이기도 합니다.
숙소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돌리고 모기기피제와 버래물을 챙겨 내려가 로비에서 투어 차량을 만나 탑승하였습니다. 별빛투어 버스(?)는 차 안도 별빛입니다. 버스 천장의 반짝 반짝이는 LED를 보니 설레임이 더 커집니다. 예약한 다른 팀들도 태우고, 해질녘의 해변을 차창밖으로 바라보며 투어 장소로 이동합니다. 한 40분 정도 달린 것 같습니다. 패밀리는 피곤했는지 이내 잠들어 버립니다. 입 벌리고 세상모르게 잠든 그들의 추억사진(?)을 몰래 찍었습니다. 야음이 드리워지기 직전에 투어 장소에 하차했는데요. 내리는 순간 아차 싶더군요. 카페가 실내도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구요. 책상과 의자 몇 개가 놓여 있는 그냥 널따란 공터에 모닥불 자리 하나 있고 밤하늘이 그냥 내려오는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 앞쪽의 나지막한 건물은 음료가 나오는 바와 화장실이 전부였습니다. 더위를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는 패밀리가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였습니다.
우리 포함 5팀(?) 정도가 테이블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요. 사장님(?)께서 간단하게 투어진행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건 빛이 사진 촬영에 적당하게 될 때까지 주위를 둘러보며 셀프 사진 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사진 촬영은 크게 두 장소에서 이루어질 예정으로, 다른 팀이 촬영하는 동안은 음료와 컵라면, 모닥불에서의 머쉬룸을 즐기라고 하셨구요. 촬영이 모두 끝나면 별자리에 관한 설명을 해주신다고 하시더군요. 무엇을 먹던 컵라면은 아이에게 만고 불변의 정답입니다. 더워도 불만 없이 신나게 컵라면을 흡입하구요. 머쉬룸 구워 먹기에 바쁘더군요. 게다가 우리가 가져간 모기기피제는 사용기한이 한 참 지난 것이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낌없이 모두 뿌리고 버릴 생각으로 가져왔는데 패밀리 중 한 분은 모기에게 대량 수혈을 제공했습니다. 어두운 데서 봐서 그런지 그렇게 많이 물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나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10방 넘더군요. 모기기피제(모기는 후추를 싫어해)는 사용기한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사진촬영을 하면서 사장님(?)이 우리를 보면서 '계' 탔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같이 은하수가 이렇게 밝게 보이는 날이 드물다고 하셨는데요. 우리와 같이 내일 예약한 팀이 총 5팀이었는데, 오늘로 일정 조정한 팀은 우리 밖에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미세먼지 구름 한 점 없는 별빛 하늘을 보았던 기억은 무더위와 벌레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이니 되돌아보는 지금은 '참 잘한 일이다'라며 셀프칭찬을 할 정도입니다. 촬영한 사진은 다음 날 오후에 카O으로 받아 보았는데요.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쨍하니 잘 나왔습니다. 믿을 수 없어 톡으로 혹시 합성이나 후 보정 등을 하셨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요. 별빛이 더 잘 보이도록 노출만 약간 조정했을 뿐 합성이나 후 보정 등은 하지 않으셨다고 하시더군요. 패밀리의 인생사진 몇 장은 앞으로도 자주 펼쳐 볼 것 같습니다.
별빛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22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투어라 피곤한지 다들 군말 않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정리#17.11. 제 4일차
어제의 경험을 토대로 아침에 일찌감치 조식 코너로 이동하였습니다. 무엇을 먹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과 나와 있는 것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커다란 성과 중의 하나는 단연코 조식입니다. 커뮤니티에서 극찬하였던 베트남 쌀국수는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 여행 중 아침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괌에서의 마지막 날은 돌핀투어로 정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괜찮은 서비스를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온 것 같아 만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제목처럼 돌핀을 만나지 못하고 왔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텔로비에서 투어 버스에 탑승하고 도착한 곳은 하걋냐 항구였는데요. 리뷰에서 봤던 것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기에 기사님에게 여쭈어보니 더 가까운 항구로 장소를 옮기셨다고 하더군요. 항구 주차장에 버스를 주차해 두고 패밀리는 차 안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대략 30분 정도 지나고 탑승을 하였구요(배는 커뮤니티에서 사진으로 봤던 요트와 달랐습니다). 괌의 해안선을 따라 돌고래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항해하였으나 허사였습니다. 일단 바다로 나왔으니 해안선을 구경하는 맛으로 뷰를 즐기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돌핀을 만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이 되자 스노클링과 낚시 타임을 진행하였는데요. 아토피가 심한 아이는 상처 난 피부가 짜디짠 바닷물이 닿자 울먹였구요. 스노클링을 하며 바닷속을 보아도 그 많던 리뷰에서 보았던 물고기는 자취를 다 감췄는지 겨우 몇 마리만 보이더군요. 돌핀투어를 위해 스노클 장비를 미리 구매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물에서 나와 낚시에 도전했는데요. 손재주가 부족하기에 미끼로 제공되는 소시지는 낚싯바늘에 잘 고정이 되지 않고, 겨우 고정한 소시지는 금세 바닷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되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이 아무리 배가 커다란들 뒤에서는 사람들이 첨벙첨벙 대고 있는데 앞에서 낚싯대를 드리워 보아야 고기가 잡혀도 그건 상당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탑승하신 분들 중에 낚시에 성공하신 분은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제공해 주시는 참치회를 맛만 보았는데요. Ted는 그전에 배 안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면서 참치회를 세팅하는 장면을 먼저 봐버려서 그런지 별로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아이스박스 안에서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 같은 대용량 팩의 참치회를 꺼내어 일일이 조그마한 접시에 덜어서 올려두는 모습이 그다지 위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일식집의 참치회에 길들여진 탓일까요. 뱃머리에서 드넓은 바다와 한쪽은 비가 내리고 다른 한 쪽은 맑은 하늘을 보이는 갈라진 풍광을 즐기다가 항구로 돌아왔습니다.
돌핀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다 늦은 점심이었는데요.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호텔의 자이언트 버거와 스파게티로 배을 채웠습니다. 자이언트 버거의 위용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데요. 네 명이 먹어도 적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한국에 와서도 그 맛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새벽인 귀국 비행시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일단 차를 운전하여 밖으로 나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네비로 이곳저곳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겼는데요. 돌고 돌다 사랑의 절벽에 가보기로 하고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기대치를 낮추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즐기며 이동했는데요. 이게 또 커다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대낮에 갔다면 따가운 햇살에 큰 감동이 없었을 텐데, 사랑의 절벽에 있는 기념품샵이 문 닫는 시간 언저리에 가니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한 것입니다(눈 안에 넘치도록 가득 담았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용오름(?)을 연상케 하는 풍경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역시나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담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보니 그냥 그림자 진 것처럼 보여서 아쉽습니다.
실컷 노을을 즐기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배가 고파집니다. 마지막 저녁이니 식당들이 많은 곳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운전하는 옆에서 그녀는 미리 점찍어둔 리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른 곳을 검색하십니다. 그러다 낙점된 곳이 두짓타니에 있는 IHOP tumon입니다.
두짓타니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아이홉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홉의 분위기는 밝습니다. 작게 시작했으나 장사가 잘되었는지 매장을 한 칸 더 운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저녁시간임에도 꽉 차지 않고 드문 드문 자리가 보입니다. 안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다른 손님들은 대부분 일본인이 많더군요. 안 되는 영어를 대신해 당당히 스마트폰 번역기로 주문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충분히 메뉴를 고민하고 패밀리는 몸짓과 손짓을 총동원해 주문에 성공합니다. 스트로베리 바나나와 스테이크, 치즈스틱, 치킨 샐러드로 배를 채우기로 하였습니다.
치즈스틱은 한국의 롯데리아가 더 맛납니다. 겉은 너무 바삭한데 안에 치즈는 쭉 늘어나지 않아 그냥 그랬습니다. 스테이크는 맛 나는지 순삭 하더군요(그래서 빈 접시의 사진만 있더군요). 치킨은 많이 짠 편입니다. 팬케이크는 먹을만합니다.
즐겁고 맛난 식사 후 숙소로 들어가 짐을 꾸리기로 하였습니다. 주차장으로 가기 전 투몬 시내를 조금 걸었는데요. 음식점(?), 호프집(?)의 야외석은 모두 만석입니다. 즐거운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대화소리를 들으며 베뉴로 돌아와 숙소로 복귀하였습니다. 객실로 들어가기 전 렌트카키를 반납해야 하는데요. 해O렌터카는 밤늦게 반납할 경우 호텔 프런트에서 키를 반납 받아 줍니다. 간편해서 좋았습니다.
정리#17.12. 다시 서식지로
비행기 출발시간은 03:30이었는데요. 항공사에서 문자가 날라 옵니다. 00:05부터 탑승수속을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02:05에 탑승수속이 마감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출발 비행기의 탑승 경험이 떠오릅니다. 여행사 상품이라 미리 티켓팅을 못하였으니(?) 멀리 떨어져 두 명씩 앉아서 왔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탑승수속을 빨리 한다면 좌석배치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가이드님에게 카O으로 문의를 해봅니다만, 몇 마디 물어보니 '아니 손님 몇 시에 가길 원하세요'라며 짜증을 내시더군요. 차분히 설명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시는 것 같아 그냥 가이드님이 원하는 데로 해드렸습니다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이렇게 응대를 하여도 어차피 여행 오는 사람들이야 한 번 오고 말 것이기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이드님과 약속한 시간인 00:15에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다른 팀을 태우고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00:40경이었는데요. 좌석은 다행히 통로를 기준으로 하나 셋으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였는데요. 짧은 영어 실력으로 얼핏 스쳐본 벽면의 안내문은 검색대 앞에서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다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안내문을 제대로 못 본 것이겠지요) 하나같이 검색대 앞에서 신발을 벗어 검색대에 올려놓고 검색대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슬리퍼 같은 것은 안 벗어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시키는 것 같아 신발을 벋어 검색대에 올려 놓고 통과하였습니다. 한국과는 왜 다른지 궁금하더군요.
공항 내부로 입장한 시간이 01시도 안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괌 공항은 구경할 것도 즐길거리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의자에 기대거나 누워서 잠들어 있습니다. 괌 공항의 에어컨 가동은 상당이 인상적입니다. 혹시 몰라 준비한 긴팔 바람막이가 여기서 빛을 냅니다. 전문성이 엿보이는 분들은 얇은 이불까지 준비해 아이들에게 덮어주고 있으시더군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다 너무 추워서 따뜻한 커피를 맛보기로 했는데요. 그냥 따뜻한 것에 만족했습니다. 딱 그냥 공항 푸드코트(?)에 있는 커피 판매점입니다. 그녀는 쇼핑하면서 구매했던 화장품과 초콜릿 등의 가격을 공항 면세점과 비교하느라 바쁩니다. 그러고선 애써 실망감을 감춥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제품이 면세점에 있다면 면세점이 더 싸겠지요. 같은 제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여행 초심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비행기는 큰 딜레이 없이 이륙했습니다. 오는 내내 비행기 내부는 조용합니다. 기장님이 불은 다 꺼주시거든요. 승무원들은 창문도 다 닫으라고 권유합니다. 도착할 때가 되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아침 햇살이 창문 가득해져서 저절로 눈이 떠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 착륙하고 셔틀버스 승강장까지 빠져나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그만큼 괌 공항에 비해 인천공항은 넓다는 뜻인데요. 한참을 걷고 또 걸어 빠져나오면서 아침 요깃거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셔틀버스로 주차장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차장에서의 출차는 예약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험하게 하는데요. 다자녀 할인 혜택은 미리 신청한 것이 아니기에 현장 할인이 안 되었습니다. 예전에 지인에게 현장에서 등본을 제시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담을 왜 기억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수증을 가지고 후 청구하라는 안내를 받고 제 값 주고 서식지로 향하였습니다(돌아와서 영수증은 세탁기와 함께 자연으로 돌려보냈기에 그냥 포기했습니다).
여행의 맛(?)을 봐 버린 패밀리는 내년엔 어디로 갈 거냐고 묻습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Nippon을 가보고 싶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래의 관점은 대부분 비슷해 보입니다. 덩달아 제2외국어(?)는 일본어로 할 것 같다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시간이 흐르면 괌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텐데요. 그때쯤이면 또 갈 것 같습니다.